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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나 부하나 선택이 운명
2021. 09.09(목) 14:30확대축소
양금택목(良禽擇木, 현명한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친다)은 ‘현명한 사람은 자기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을 가려서 일한다’는 뜻이다. 공자가 위나라에 갔을 때 대부 공문자가 자신의 딸을 배신한 사위 대숙질에게 보복하고자 공격 방법에 대해 자문했다. 공자는 “나는 제사 예절은 알지만 전쟁에 대해선 배운 적이 없다”며 떠날 채비를 했다. 제자들이 이유를 묻자 “새가 나무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나무가 새를 선택할 순 없다”고 답한다. 대의정치에 관심이 없고, 사적인 감정에 연연해 보복이나 꾀하려는 인물과는 일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명한 인재의 조건엔 ‘일을 잘하는 능력’뿐 아니라 ‘함께 일할 군주를 선택하는 안목’도 포함된다. ‘양금택목’에는 리더 선택의 입구전략과 이탈의 출구전략이 함께 필요하다. 입구전략의 성공적 사례는 제갈량이다. 그가 촉(蜀)의 유비를 택한 것은 전략적이다. 당시 위나라 조조나 오나라 손권의 휘하엔 내로라하는 전략가가 즐비했다. 그들에게 가도 크게 쓰일 가능성은 낮았다. 반면 유비 곁엔 관우, 장비 등 야전형만 있을 뿐 전략가형 참모가 적었다. 자신의 패, 판, 리더와의 합(合) 등 종합적 고려에 의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의 ‘택목’ 안목 덕분에 그는 ‘수어지교’란 말처럼 물 만난 고기로 맘껏 무한 활약을 펼치고 무한 신뢰를 받았다.
출구전략의 성공적 인물은 원나라 재상 범여다. 동고(同苦, 같이 고통을 겪음) 보다 동락(同樂, 같이 즐거움을 나눔)이 더 어려운 것이 세상 이치다. 월나라 왕 구천을 춘추시대 마지막 패자로 만든 후 떠난 책사 범여는 구천의 관상을 장경오훼로 평한다. “월 왕의 상은 목이 길고 입은 새 부리처럼 생겼는데, 이런 인물은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으나 즐거움은 함께 누릴 수 없는 법이오” 비슷한 평이 진시황제에게도 보인다. “진 황제는 매부리코에, 째진 눈, 사나운 짐승같은 가슴팍, 승냥이 같은 쉰 목소리를 갖고 있다. 각박하고 호랑이나 이리같은 마음을 갖고 있어 자기가 급하면 기꺼이 다른사람 밑에 처하지만 뜻을 이루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잡아먹는다” 목표를 위해 인재를 장기 돌로 취급하는 마키아벨리트란 점에서 통한다.
인재를 자산으로 대우하면 둥지를 치지만, 비용으로 대하면 떠난다. 토사구팽이 군주들의 한 칼이라면 양금택목은 인재들의 한 끗이었다. 한데 함국지연에서 조운은 혼자서 조조의 80만 대군 속을 헤집는다. 이건 허구지만, 현실 전투에서도 놀라운 용맹을 보인 사례가 있다. 장료는 결사대 800명을 이끌고 손권의 10만 대군 속으로 뛰어들어 손권이 있는 중심부까지 육박했다. 조조가 위기에 몰렸을 때 전위는 부하 몇 명과 성문을 지켰는데, 혼자서 수십 명을 죽이며 출혈로 탈진해서 쓰러져 죽는 순간까지 싸웠다. 혼자서 수십 명의 역할을 하는 용사가 현실에서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지극히 드물다. 옛날 기록은 평민 출신 용사, 지위가 낮은 병사의 공로를 기록하는 데는 아주 인색하므로 이런 용사가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많았겠지만, 그래도 전체 병사에서 아주 소수였다.
군량을 운송하는 병사는 전투병들보다 훨씬 고생한다. 그들도 개인 차이에 따라 등에 멜 수 있는 식량의 양이 다르다. 장사라고 해서 몇 인분이나 더 멜 수 있었을까. 험산, 장거리 운송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욱 줄어든다. 첨단 무기 덕분에 현대 병사의 화력과 살상력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듣고 보면 다 아는 이야기인데, 필자가 이런 글을 쓴 것은 이유가 있다. 전 박근혜 정부를 보고, 현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웃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서로 잘 만나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하지만 또 대선정국이라 각 후보들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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