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富者
| 2021. 06.24(목) 10: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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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옛적에는 무일푼으로 벼락부자가 되기도 했다. 어떻게 그리했는가를 보면 세 가지 유형이 있었다. 허생형(許生型)과 마다리형, 상쾌형(上快型)이 그것이다. 허생은 서울 남산 밑 묵적동 게딱지 같은 집에서 굶주리며 글을 읽는 서생이었다. 아내의 성화에 견디다 못해 장안 갑부요 의리있기로 송문난 변씨(卞氏)를 찾아가 만금(萬金)을 빌어들고 대추, 밤, 곶감 같은 제사용 과실을 온통 매점매석한다. 그같은 제수(祭需) 없이는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한국사람인지라 열곱절을 주고 다시 사감으로써 허생은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다시 제주도에 가서 갓(笠)의 원료인 말총을 온통 매점, 열곱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부에 치부를 거듭한다. 곧 매점매석의 벼락부자다.
한말에 평안감사만 하고 나면 벼락부자가 됐으니 이는 권력형 벼락부자다. 고종의 아버지인 대원군의 경복궁 역사(役事) 이래 벼슬매매가 공식화 돼있던 당시는 관직 매매뿐 아니라 명예만의 허직 매매도 성행했었다. 관아에서 기천석 하는 부자들에게 어느 고을 현감이나 군수로 피임케 됐다고 일방적으로 알린다. 벼슬 싫어하는 사람이 없기에 감사 앞에 나타나 그 벼슬값을 묻게 마련이다. 하면 아무리 갑부라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호가한다. 그러면 그 벼슬을 마다고 사양하는 원정을 하게되고 그 대가로 벼슬값의 반이나 3분의1을 헌납한다. 그래서 평안감사만 거치고 나면 속칭 ‘마다리’ 벼락부자가 된다.
한말 장안에서 가장 부호로 소문났던 상쾌는 안동 김씨 세도의 본거인 사동(寺洞) 대감댁의 종이었다. 손님이 와서 상전마님이 능금 닷돈어치를 사오라고 시킨다. 상쾌는 모전에 가서 제일좋은 상품 한 점 값을 물으니 일곱 돈이라, 제 돈 두돈을 보태서 닷 돈에 산 양 마님께 바친다. 이렇게 제 돈을 조금씩 투자, 잔심부름을 지속하다 보니 상전은 다른 종들을 불신하고 오로지 상쾌만 신임하게 되어 야금야금 이 세도대가의 가산관리를 독점하게 된다. 벼슬매매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던 때요, 그 벼슬 모두가 사동대감의 문안에서 나왔으며 그 주선이 가장 신임받는 상쾌의 입을 거쳐서 오갔으니 벼락부자가 아니된다는 것이 이상하다 할 것이다.
돈이 흐르는 줄기가 단순했던 때도 이같은 벼락부자가 태어날 여울목이 있었는데 돈줄기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요즈음 세상임에랴. 어음 할인형 벼락부자가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것이 언제였던가. 요즈음은 사채사취형 벼락부자, 다단계, 비트코인 등 사기형 벼락부자가…. 또 어떤 기기괴괴한 유형의 벼락부자가 태어날지 모를 일이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