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나무타령 계절
| 2021. 03.25(목) 09:56 |   |
|
|
“청명(淸明) 한식(寒食)에 나무를 심자. 무슨 나무 심을래. 십리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스므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방귀뀌어 뽕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거짓없어 참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네 편 내편 양편나무, 입 맞추어 쪽나무, 양반골에 상나무, 너 하구 나 하구 살구나무, 아무데나 아무나무…”
청명 한식철이면 우리 산천 아무데나 아무나무를 심어도 되는 혜택받은 우리 강토다. 미국 서부시대의 개척자들은 그들이 옮겨갈 땅에 맨 먼저 묘목부터 심어놓는다. 그 묘목(苗木)이 잘 자라면 살만한 땅으로 간주하고, 자라지 않으면 다시 묘목이 자라는 땅을 찾아 떠나간다. 풍요하다는 미국대지지만 우리나라처럼 아무데나 아무 나무를 심어도 되는 그런 강토가 아니다.
서독이나 스위스 같은 고위도 지방도 극소수의 특정한 나무만이 자랄 뿐, 우리나라처럼 아무데나 아무나무나 자라지는 않는다. 한데도 아무 나무 강산인 우리나라의 녹화율은 ‘50’로 잡는다면 아무 나무 아닌 강산인 미국의 녹화율은 80이요, 서독은 1백30이며, 스위스는 20백20이다. 허나 한국은 나무를 많이 심지 않는 편이다. 옛날부터 그러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옛 ‘택목론(宅木論)’을 보면 집안 마당의 넓이와 나무심어 우거진 녹색량을 대비시켜 그 녹색대비율의 많고 적음으로 인물이 더 나고 덜 나고 또 장수하고 요수하고, 건강하고 병들고, 가문이 번창하고 쇠퇴하고를 적고 있다. 옛 나그네들은 그 마을이 얼마나 푸르냐 덜 푸르냐로 그 마을의 인심을 가늠했으며 옛 원님들이 임지에 부임할 때 그 고을 산천의 푸르고 덜 푸르고로 그 고을 사람들이 온순하냐 각박하냐를 가늠했다는 것은 진리다. 그래서 나무심는 관습도 다양했다. 이를테면 ‘내 나무’라 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 시집·장가갈 때 농짝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다.
“한식날 심은 내 나무 금강수 물을 주어 육판서로 뻗는 가지 각읍수령(各邑守令) 꽃이 피고 삼정승 열매 맺어…”하는 ‘내 나무노래’를 부르면 내 나무에 인생의 꿈을 실어 애지중지 길렀던 것이다.
연정을 품은 아가씨가 있으면 그 아가씨의 내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시하기도 했다하니 내 나무는 낭만이 깃들인 사랑의 매체이기도 했다. 되살리고 싶은 나무의 민속들이 아닐 수 없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