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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기사> 상좌에게 놀림당한 스님

장난 잘 치기로 유명한 상좌의 꼬임에 빠져
주막집 과부를 탐할 욕심에 놀림감이 된 스님
2021. 02.22(월) 14:44확대축소
구례와 하동 사이 커다란 절이 하나 있었다. 하루는 그 절의 상좌가 바깥에서 뛰어들어오며 숨찬 소리로 급히 스님을 불렀다. 스님은 매우 놀라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좌가 대답했다. “까치가요, 절문 밖 큰 대추나무에다 집을 짓는데, 아니 글쎄 웬 옥비녀를 갖다 끼우던 걸요!” 상좌의 말이 하도 이상해 스님이 나가 나무 위를 쳐다보고 있자, 상좌는 스님에게 나무에 올라가서 옥비녀를 꺼내오라고 부추기는 것이었다. 그래 스님은 까치집을 한참 쳐다보다가 신과 버선을 벗어놓고 손에 침을 바르더니 대추나무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가지 저 가지를 바꿔 디디며 까치집까지 올라가는 걸 보던 상좌가 갑자기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것 보세요. 저기! 우리 스님이 까치 새끼를 꺼내 생으로 뜯어 잡수시네요!” 상좌는 절이 떠나갈 듯 고함을 질렀다. 절 안의 중들이 뛰어나와 일제히 쳐다보자 대추나무 위에 있던 스님은 너무도 당황하여 급히 내려오다 가시에 온몸이 찢겨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다른 중들에게 변명을 하기는 했지만 스님은 부끄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해서 참을 수가 없어 상좌를 끌고 들어가 실컷 때려 주었다. 그러나 장난 잘 치기로 유명했던 상좌는 스님을 골려줄 또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번엔 장난을 한 후에도 자신이 책망을 받지 않도록 신중하게 계획을 짰다.
가을 어느날, 절 아래에 있는 동네에서 돌아온 상좌가 스님 곁에 앉으며 은근히 말을 꺼냈다. “저 아랫마을 주막집에 젊은 과부가 하나 살고 있지요.” “그런데?” “조금 전 소생이 돌아오려는데 과부가 부르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갔더니, 절 근처에 있는 그 많은 감나무에 열린 감을 스님 혼자만 잡수시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그래 제가 대답하길, 스님이 그럴 리가 있나요. 스님도 잡수시고 다른 사람도 나눠줍니다. 하였지요.” “그랬더니 과부 말이 스님께 여쭙고 자기도 좀 얻어 달라고 하던걸요.” “그래? 그럼 먹을만큼 따다 주려무나.” 그러자 상좌는 만족한 듯이 좋은 감을 골라 따가지고 마을로 내려갔다. 상좌가 말한 과부는 천하미인이지라 마을에서는 은근히 탐을 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한편 스님도 그 과부의 뛰어난 미모를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겉은 꽃같으나 속은 얼음과 같이 차디찬 천하의 미인! 감히 말을 붙여본 사람도, 말소리를 들어본 사람도 없는데, 감을 맛보자는 것은 나에게 맘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아 이다지도 감이 내게 고마움을 줄 줄이야!’ 스님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마음을 조였다. 얼마 후 상좌가 웃으며 돌아왔다. “스님. 감을 갖다 주었더니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과부가 또 이런 말을 하던걸요.” “무슨 말을?” “저 불당의 떡은 스님이 혼자 잡수시느냐고요.” “그래서?” “모두 나누어 먹는다고 했지요.” “대답 잘했다.” “그랬더니 또 스님께 여쭙고 그것을 자기에게 좀 나누어주면 안되겠냐고 묻던 걸요?” 상좌는 스님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불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불상 앞에 고이 놓은 떡을 전부 거두어 가지고 마을로 내려갔다.
스님은 또 과부를 생각하며 상좌가 오기만을 고대했다. 그러던 중 저편에서 상좌가 들어왔다. “스님” 상좌는 스님을 부르고는 절 뒤로 뛰어갔다. 그러자 스님은 초조한 끝에 쫓아가니 상좌가 뒷간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스님은 걸음을 멈추고 상좌가 나올 때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상좌가 소리를 내며 나왔다. “아이고! 똥 쌀 뻔했네.” 스님이 뛰다시피 쫓아온 것이 분해 어찌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상좌는 스님의 기색을 살피며 왜 여기가 계시냐고 되물었다. “네가 뛰어오길래 영문도 모르고 따라왔지.” “소생은 여기까지 오시란게 아니라 말씀을 전하려고 뛰다 급해 뛰었던 것뿐입니다.” “그러면 그렇다고 말이나 하고 오지. 대관절 과부가 뭐라고 하더냐?” “아이고, 과부 말씀을 하지도 마셔요. 제가 갔다가 맞아 죽을뻔 했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어서 말해봐라.” 스님은 답답하다는 듯 재촉을 했다. “떡을 갖다놓고 얘기를 막 하려는데 과부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작대기로 후려치면서 중놈이 무슨 고약한 짓을 하려고 이곳에 왔느냐고 하잖아요.” “그럼 아무 말도 들을 겨를이 없었겠구나.” “얻어맞고 뒤곁으로 도망을 치는데 과부가 쫓아오며 이틀 후에 오라고 했습니다만, 다시는 못가겠습니다. 더 이상 갔다가는 맞아죽으라고요?” 스님은 후일에 다시 오란 말에 정신이 번쩍 나서 상좌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돈을 주어 달래가며 호감을 사느라고 애를 썼다.
상좌는 스님에게서 얻은 돈을 가지고 그날 마을로 내려가 실컷 놀다 돌아와서 스님을 가만히 불렀다. “스님, 과부가요. 스님께 너무 많은 신세를 졌다면서 한번 조용한 곳에서 만나자고 하던데요?” 상좌의 말에 스님은 뛸 듯이 기뻤다. “어느날 만나자고 하더냐?” “모래 저녁이요. 스님더라 자리를 정하라고 하던데요.” 그리하여 절 뒷방으로 장소를 정하고 상좌는 마을로 내려가 과부를 찾아갔다. “소인이 본래 가슴앓이가 있는데 의원이 말하기를 아낙네의 신짝을 따뜻하게 해서 가슴에 대면 낫는다기에 헌신짝으로 좀 얻으려 왔습니다.” 그러자 과부가 말하기를, “내버릴 신짝은 없고, 지금 신고있는 것을 줄테니 어서 병이나 나으시오.” 상좌가 과부의 신을 들고 약속한 절의 방문 앞으로 와보니, 방안에서 과부를 기다리는 스님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상좌는 문을 벌컥 열며 말했다. “다 틀렸소! 다 틀렸다고요!” 스님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했다. “과부가 여기까지 왔다가 스님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여러사람이 있는 줄 알고 화가 나서 돌아가는 것을 쫓아가다 결국 붙잡지 못하고 이렇게 신짝만 주워가지고 왔습니다.” 상좌는 스님에게 신짝을 내보였다. “다 잘 되어가던 일이 그만 스님 때문에 망쳤습니다!” 상좌는 스님을 향해 원망의 소리를 해댔다. 이를 듣고있던 스님은 자기가 큰 실수를 한 듯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래, 요놈의 주둥아리가 죄다, 죄! 몽둥이로 요놈의 주둥아리를 때려라.” 그러면서 스님은 얼굴을 상좌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상좌는 “옳소이다!”하며 옆에 있는 목침으로 스님의 주둥이를 갈기니 스님의 이빨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상좌는 스님의 꼴을 너무도 우스워 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스님을 속일 궁리를 했다. 어느날 상좌는 또 스님에게로 갔다. “아랫마을 과부가 말씀 좀 전해달라고 하네요, 지난번엔 왔다가 스님이 혼자 말씀하신 줄을 모르고 오해를 하고 그냥 간 것이 미안하다면서 다시 뵙도록 해달라고 하던데요.” “어떻게 만나자고 하더냐?” 스님은 상좌에게로 다가앉았다. “이번에는 자기가 조용한 곳으로 처소를 정했으니 이 약을 잡수시고 오시래요. 이 약은 힘이 나는 약이래요.” 상좌는 뻐기듯 말을 했다. 스님은 일초를 하루처럼 기다리다가 약속의 장소로 먼저 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배가 살살 아프더니 설사가 날 것만 같았다. 스님은 참다못해 무릎을 꿇고 발 뒤꿈치로 항문을 괴고 앉았는데, 과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앉아있어 과부는 손으로 스님을 떠밀었다. 그러자 스님은 자빠지며 똥을 싸대고는 고개도 못 든채 기어나왔다. 상좌가 준 콩가루를 물과 함께 마시고 그만 설사를 하고 만 것이다. 스님은 기다시피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이놈의 배, 이놈의 배….” 스님은 주먹으로 자기 배를 때렸다. 이 모습을 본 중들은 견딜 수 없는 냄새가 나는데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 스님은 욕심을 채우려다 상좌의 놀림이 된 것이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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