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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이전에 권력층 자성해야
2020. 11.03(화) 16:14확대축소
거센 바람과 성난 비에는 새들도 조심하고 갠 날씨와 따뜻한 바람에는 초목도 기뻐한다. 천지에는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기쁨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 세상을 보면 너 죽고 나 살자고 소도둑이 닭 도둑 비판하고 까마귀가 백로에게 깨끗이 살란다. 그야말로 ‘내로남불’ 정치판은 어떤 가 살펴보자.
지난 달 ‘권력기관 개혁 완수’라는 큰 현수막을 걸어놓고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는 기대보다 우려를 증폭시켰다. ‘권력기관들의 중립성·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빗발치는 비판을 외면하고 밀어붙이기를 다짐한 모양새여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조정, 자치경찰제 도입을 언급하며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척됐다”고 자평했지만 실제로는 개악에 가깝다.
충분한 논의와 준비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의 이해를 앞세워 일방 독주한 결과다. 검찰 개혁만 보더라도 여권과 정치적 이해를 같이하는 이들을 빼면 진지하게 지지하는 전문가가 있는지 의문이다. 검찰 ‘통제’를 넘어 ‘복종’ 요구로 치닫는 양상이 뚜렷해서다.
최근 몇 차례 인사만 봐도 검찰개혁의 허구성이 적나라하다. 초유의 활극을 벌인 검사, 사모펀드 부실수사 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불구속 검사 등이 일제히 영전했다. 반면 울산시장 선거 공작, 추미애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수사 검사는 예외없이 좌천 또는 교체됐다. 권력 눈치 보기 수사도 가관이다.
실세 여당의원의 ‘회계부정 고발’을 3개월이나 무시했다. 폭로자가 “나도 같아 잡아가라”고 반발하자 어쩔 수 없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친(親)정부 행보도 노골적이다.
지난 4·15총선 당시 학국대학생연합, 조국수호연대 등 좌파단체들의 선거 방해 행위가 잇따랐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모르쇠로 일관했다. 게다가 공수처 입법은 거대한 권력기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 비리수사는 막고 판·검사 압박용으로 악용될 것이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오죽하면 공수처 찬성론자였던 대선캠프 간부조차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해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하겠는가.
권력기관 개혁을 주도하는 권력자들의 행태는 더욱 미덥지 못하다. 두 차례 열린 전략회의의 핵심 멤버인 조국·추미애 전·현직 법무부장관은 유례없는 스캔들의 당사자들이다.
대학입시, 펀드투자, 병역, 정치자금 등 온갖 추문이 터졌는데도 ‘개혁방해 세력의 소설’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태도다.
문 대통령도 국민의 허탈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을 감싸기만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상 최대 펀드 사기’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실체가 잡히지 않던 옵티머스·라임사태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 중이다. 오랜 검찰 수사에도 깜깜했던 사건 실체가 언론보도, 법정증언 등을 통해 속속 공개되며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재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만 사실로 확인돼도 가히 역대급이라고 할 만큼 하나하나가 심각한 범죄의 색채를 띠고 있다.
부실을 감추려다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일반 금융범죄와 달리 권력에 줄을 대고 처음부터 사기행각을 벌인 정황은 충격적이다. 이런 사기에 수천 명의 일반투자자와 농어촌공사 같은 공공기관까지 끌어들였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비리 의혹에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이 쟁쟁하다.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이 사기범과 한 몸처럼 움직인 흔적도 역력하다. 그래도 사법처리는커녕 제대로 된 조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들끓고 있는 금융당국 로비설의 진위도 오리무중이다. 더 놀라운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검찰의 부실 대응이다.
서울 중앙지검 수사팀은 수개월 전에 청와대와 여당의원 등 20여명의 명단을 확인하고 관련 진술까지 확보했지만 검찰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뭉겠다. ‘돈 전달’ 진술을 조서에 누락하기도 했다. 청와대 수석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증언이 법정에 가서야 폭로됐을까.
검찰 개혁과 부패청산을 부르짖는 촛불정부 검찰의 초라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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