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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이영숙 화백

고정관념 깬 파격적인 그림세계 펼쳐
전통 기법에 현대적 감각…실력 있는 작가 반열 올라
차분하고 맑은 성품으로 기본 지키는 작가로 통해
변화된 작품세계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 맞아
“30년 넘게 걸어온 화가의 길 성실하게 이어가고파”
2020. 11.03(화) 15:19확대축소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작은 꽃망울들 속에 아직은 찬바람 불어 옷깃 여미고 있는 연약한 내 모습을 부끄럽게 하는 매화처럼, 뿜어 나오는 진한 향기에 취해 잠시나마 세상근심 내려놓게 하는 난초처럼, 찬 서리를 맞으면서도 아름다운 향기와 자태로 뭇사람들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국화처럼, 곧은 성품이 말하듯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격이 느껴지는 대나무처럼, 굳이 색을 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목련처럼, 진흙 속에서도 진한 향기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연꽃처럼 세월을 이기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묻고 싶다 지금 내 모습은 어떠냐고….”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화가의 길을 걸어온 이영숙 화백의 독백이다.
연의 노래Ⅰ (수묵담채, 아크릴, 140×60)

문인화를 그리는 화가들 사이에서는 스승에게 배우는 10년, 스승에서 배우는 것을 잊어버리는데 10년, 그리고 자기 색을 찾아내는데 10년, 그러니까 도합 30년은 붓을 잡아야 사군자쯤은 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말이 30년이지 청춘을 담보로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받치고 나서 비로소 묵향에 취하고 먹 맛을 느낀다는 얘기다. 이는 쉼 없는 공부를 통해서만 일정 수준의 정신적 예술적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인 것이다
일정(一靜) 이영숙 화백, 그도 그림의 세계를 일구어 오면서 많은 시간과 싸우며 인고의 세월을 노력으로 버텨온 장본인이다. 이 화백은 자기만의 고유한 철학과 예술관 정립을 위해 많은 시간 심적 수양과 긴 터널 속 같은 고뇌의 과정을 거쳐 밝은 빛의 가치를 담은 문인화를 탄생시키고 있다.
화단의 상식과 원칙에 나름대로 충실해 온 이 화백은 그의 아호처럼 차분하고 고요하며, 맑은 성품으로 기본을 지키는 작가로 통하고 있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며 어린 시절부터 소질을 보였지만, 이 화백은 이런 저런 상황으로 다소 늦게 붓을 잡았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정진한 결과 화단 안팎에서 주목받으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림을 그릴 때의 적극적인 자세와 그림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다수의 공모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며 기염을 토해냈고, 개인전을 비롯해 여러 초대전에 참가하며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이 화백의 그림에서 돋보이는 것은 기본에 충실한 표현력이다. 그의 대부분 작품들은 기초적 소재와 표현방식에 근접해 있지만, 나름대로의 개성적인 표현을 드러내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특히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화면은 먹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비움’에 대한 정제된 결실을 엿보게 한다. 이는 의제 허백련 화백의 화맥을 이은 ‘연진회’ 습작기를 거쳐 우송현 , 김영삼 문하에서 10여년이 훨씬 넘은 동안 갈고 닦은 기본기인 것이다.
세월에 실려 (수묵담채, 아크릴, 140×60)

또 이 화백은 화면상의 조화를 통해 조형언어를 구사한다. 모든 회화가 그러하듯 화면에 구체화시킨 표현은 형태와 색감으로써의 감흥을 자아내며, 보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을 읽어내 그것을 객관화시킴으로써 감동을 공유하는 것이다.
‘심신이 하나 되어야 그림이 된다’고 믿는 이 화백은 그림에서 생성과 소멸, 명과 암, 현실과 이상 등 불가분의 음양 관계를 읽게 한다.
이 화백의 그림은 문인화라는 선입견을 씻어줄 만큼 참신한 느낌과 파격적 구도를 보여주며 현대적 감성을 분출해 내고 있다. 더욱 신선한 발상은 기하학적 무늬에 대한 관심으로 문인화의 고정관념을 훌훌 털어내며 마치 비구상이나 반추상의 구도와 형식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
이 화백은 붓을 들기 전 화면구상을 먼저 생각하고 막상 작업에 들어서면 거침없이 붓을 가져간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가운데 힘을 강조하는 문인화의 먹선이 가지는 선입견을 깨고 개념과 형식의 파격을 제시하며 그만의 그림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가 즐겨 다루는 주변 풍경의 모습들은 자연의 조화를 통해 순응하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려는 의지인 것이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림에 재능이 많았던 이 화백은 길가에 핀 들꽃 하나하나에도 깊은 감동을 받는 여린 감성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그림에 대한 열망을 이어왔다. 이후 그토록 꿈꿔왔던 그림에 도전, 실력을 키우며 뜻을 이뤘고 작가 반열에 올라 각종 심사 등을 맡으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말이 쉽지 아내로, 엄마로 지내며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 화백에게 그림은 간절한 희망이었고, 마음에 안식처로 위안과 기쁨이었던 것이다.
이 화백은 “지금도 처음 붓을 들었을 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으며, 분명 내가 가야할 삶의 한 부분으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고, 그러다보니 미처 잡지 못하고 놓친 것도 많아 아쉬움이 크다”며 “자연이 전해주는 섭리와 감동을 닮은 삶을 살수는 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들이며, 먹과 붓을 다루면서 화선지에 여백을 비우며 그림을 그려온 지난 세월이 쉽지 않았지만 세상 속에 맡아야 하는 숙명이었다”고 소회했다.
가을 곳간을 채워 (수묵담채, 아크릴, 150×100)

그림을 시작해 앞만 보고 달리며 최선을 다한 열정으로 최고를 이루면서 한때는 심각한 좌절에 빠져 허덕이기도 했고, 새로운 자아를 찾아 침묵으로 헤매이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 화백에게 그림이란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 되고 있다.
오늘보다 내일을 좀 더 맑고 밝게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화백은 지난 30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앞으로 30년의 자화상을 변함없는 성실함으로 그려갈 것을 약속했다.
늘 바쁜 일정 속에서도 먹과 붓을 가까이 두고 있는 이 화백은 변화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개인전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약 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서예문인화대전 초대작가 -전라남도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 -광주시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 -목우미술대전 심사 -광주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인화 강사 역임
늘 그러했으면 (수묵담채, 210×65)


박은정 기자 cws2344@hanmail.net        박은정 기자 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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