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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기사- 조선 세종 때 상류계급 혼외정사

현장 안 들키면 무죄인데…
이석철의 통간사건은 법률보다는 여론으로 엄하게 처벌
2020. 09.17(목) 11:12확대축소
'상소와 비답'은 17세기 초반까지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돼 있는 상소 중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37개 상소들을 추려 만든 책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미루어 볼 때 점잖은 양반들의 사회인 조선시대도 성적인 방종과 문란은 그 정도가 오늘날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이 유교 국가며 오늘날처럼 성의 상품화가 폭넓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이런 분석은 더욱 타당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미투사건에 이어 전 충남지사 안희정 부산시장 오거돈, 서울시장 박원순 사건을 보면서, 세종 18년(1436) 4월 20일 조정은 처제와 간통한 사대부 한 사람을 법대로만 처벌할 것인지 법보다 더한 처벌을 할 것인지 논란을 벌였다.
사헌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왕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이석철이 처제인 종비와 통간했는데 무릇 화간에는 남녀의 죄가 곤장 80대로 같사오나 처제와 통간한 자는 보통 간통한 예로 논죄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친족끼리 서로 간통한 법에 견주어 처제와 통간한 자에게 곤장 1백대, 징역 3년에 처하는 형이 옳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풍속이 사위가 처가에 붙어서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처가 식구들이 모두 죽고 아내와 자매가 의지할 곳이 없으면 기르고 키워서 성혼시켜 줌으로 그 의리가 골육과 같습니다. 지금 이석철과 종비의 추잡한 행실은 금수와 같으며 풍속을 문란하게 함이 이보다 더 할 수 없습니다. 법 구절만을 좇는다면 악을 징계할 수 없사오니 마땅히 크게 징계해서 후세 사람들을 경계하게 하소서.
임금은 사정전에 나아가 도승지 신인손을 불러 말했다. 고려 말에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만을 가지고 처벌하는 일이 성행했다. 이것이 마침내 무고한 사람에게까지 미쳐서 원통하고 억울하게 된 자가 수없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 태조와 태종께서 그 해독을 깊이 아시고 소문만 가지고 사람을 벌하는 법을 혁파했다.
그 뒤 변중량의 누이동생이 사내종과 간통해서 일이 탄로 나자 그 죄를 덮으려고 지아비가 모반한다고 고소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으니 무고일 뿐만 아니라 지아비가 매로 인해서 죽었다. 아내로서 지아비를 해쳤기 때문에 참형을 당했다. 또 유은지의 누이동생이 승려와 몰래 간통하다가 사내 종 세 사람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이들을 모두 죽였다. 이들이 비록 종이라 하더라도 인명이 중하므로 밝게 법으로 다스려서 참형에 처했다. 승지 윤수의 아내 조씨는 외사촌 홍중강과 장님 하경천과 간통했으므로 역시 극형에 처했다.
이는 우리 조종(祖宗)께서 형벌을 적당하게 내리고 그릇됨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즉위한 뒤에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가 지신사 조서로와 간통했다. 내가 그때에 나이 젊고 한창이던 때라 우리나라 풍속이 집집마다 토지와 노비가 있고 상하가 구분이 있어 중국에서 칭찬하던 바였는데 뜻하지 않게 사족(士族) 벌열의 집안에 이러한 추잡한 행실이 있어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흠이 되었기 때문에 이를 깊이 미워해 법률보다 더한 형벌을 내렸다. 요즈음 유귀수의 딸 유감동이 기생이라 사칭하고 방자하게 행동하고 있다. 또 금음동과 동자는 모두 양가의 딸로서 사촌형과 통간하고 외간남자와 통간해 풍속을 문란케 했기 때문에 법률에 따라 죄를 묻고 천인으로 만들었다. 또 유장의 딸인 안영의 아내는 외사촌 홍양생과 통간하고 이춘생의 딸인 이진문의 아내는 이의산과 양인 허파회와 통간했기 때문에 모두 법률에 따라 죄를 묻고 한양 바깥으로 쫓아냈다.
지금 이석철의 일은 친족끼리 서로 통간한 것이 아니며 사헌부에서 올린 글에서도 아주 자세하게 말했으나 법률외의 형벌을 가하는 것은 실로 잘한 정사가 아니다. 지난날 한두 가지를 빼고 나머지 형벌은 지금 후회가 된다. 의정부에 가서 잘 의논해서 아뢰도록 하라.
세종대왕의 생각인즉 처제와 간통했다고 해서 법률보다 더 엄하게 처벌하기 곤란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의정부에서 의논한 뒤 영의정 황희, 좌의정 최윤덕, 우의정 노안, 참찬 신개들이 말했다.
전하의 말씀이 지당하오나 다시 무슨 말씀을 하겠습니까마는 이석철의 더러운 행실은 온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다 미워하는 바입니다. 만약에 법률대로만 따른다면 여론에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법률대로 죄를 물으시고 변방에서 군에 복무케 하소서. 결국 왕은 가중 처벌에 동의 했다. 둘은 각각 곤장 80대에 처해졌다. 종비의 부모도 지방에 안치하고 이석철은 변방의 군대로 보내졌다. 또 이석철은 죽을 때까지 벼슬을 할 수 없게 했다. 첩을 마을대로 둘 수 있는 사회인데도 이석철의 경우, 그 대가는 훨씬 가혹했다.
세종대왕 시절엔 간통을 했더라도 현장을 들키지 않으면 무죄였다. 그런데 앞의 사건과 다른 간통사건을 살펴보니 소근소사라는 여인이 그의 양반들인 변득비와 간통해 임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세종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서 의정부와 6조의 견해를 물었다. 세종의 의견은 이러했다. 이 일은 천하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그러나 율문에 “간음현장에서 붙잡지 않고 간음했다고 고소하는 것은 논죄하지 말라. 임신한 것이 분명하면 단지 그 여자 본인만 처벌한다”고 되었지 않느냐? 소근소사가 간음한 정상이 비록 뚜렷하나 간음현장에서 붙잡은 것이 아니니 그 여자를 처벌할 뿐이고 간부는 율문에 따라 사건을 수리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이어지는 세종의 논리 전개는 다음과 같다.
곧 “만약 양반의 본처가 이 같은 일을 범했을 때 차마 간음현장에서 붙잡은 것이 아니라고 해서 어찌 그냥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그러나 법률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일을 처리한다면 그 폐단은 더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일반인들은 가까운 사이이거나 친족일 경우 안팎 구별이 엄하지 않은데 만약 원수나 원한이 있는 자가 있어서 아무개가 아무개와 간통했다고 고발하면 그 말에 좇아서 형벌을 주는 것은 율문에 어긋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럴 때도 옳고 그름을 묻지 않고 처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말한다. 법률이 비록 그러하나 이일은 삼강오륜에 괸계되는 것이니 벌을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여자는 매 한 대도 치지 않았는데 하나하나 정상을 고백했으니 거짓 자백한 것이 아닙니다. 마땅히 중한 형벌에 처해 야박한 풍속을 징계하게 하소서.
나흘 뒤인 1431년 6월 22일 ‘세종실록’은 의금부에 보고한 이 일의 결말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소근소사와 이웃사람들과 관령들을 국문했으나 사건의 증거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또 법률에“간음한 장소에서 붙잡지 않은 것과 간음했다는 고발만으로 죄를 논하지 말 것이며 간부(奸婦)가 임신한 것은 그 여자 본인을 처벌한다”고 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6월 21일에는 도주범 말고는 모두 다 용서했으니 청컨대 소근소사를 석방하소서.
심증으로 윽박지르고 자백만으로 기소하는 경우는 요즘도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전 충남지사 안희정, 부산시장 오거돈에 이어 서울시장 박원순(사망) 사건과 여러 미투사건을 접하면서 500년 전보다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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