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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논평> 섬진강 제방 폭우피해
2020. 09.17(목) 10:15확대축소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말이 아니지 속은. 그러나 하늘이 그런걸 내가 뭐라고는 못 하겠고, 몸만 나왔어요" TV 뉴스에 나온 섬진강변 외이마을 노인은 범람한 강물 위에 지붕만 둥둥 뜬 동네 풍경을 가리키면서 겉보기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연에 순응하라는 어르신의 마음가짐이 찡했다. 화면엔 소들이 머리만 간신히 물 위로 내놓고 축사 안에서 버둥대는 모습이 비쳤다.
남원시 금리면의 섬진강 제방이 터져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영·호남 모두 폭우가 온것은 같은데 낙동강·영산강은 버텼고 섬진강 제방은 무너졌다. 그러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빠져서 그런 것'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충분히 그런 말이 나올 상황이라 생각한다. 4대강 사업은 강바닥 준설로 물 그릇을 키워 가믐에 대비하고, 제방을 보강해 홍수를 견디고, 보를 쌓은 후 수문을 달아 물 흐름을 통제하는 세 가지가 목적이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은 4대강 사업에 포함됐지만 섬진강은 제외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본부장을 맡은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는 "지역에선 4대강 사업에 끼워달라는 얘기가 많았지만 환경 단체 등에서 반대했고, 풍광이 훌륭한 섬진강은 있는 모습 그대로 보전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문화일보가 2017년 5월 재해 연보를 분석해 4대강 완공 이전(2006~2012년)과 이후(2013~15년)의 자연재해 피해규모를 비교해 보도한 일이 있다. 그 결과 연간 사망·실종자는 사업 이전 30.3명에서 이후 2명으로 줄었고, 이재민은 연평균 2만6000명에서 4000명으로 감소했다. 자연재해에 따른 침수 면적은 357분의 1로 급감했다.
문화일보는 전문가를 인용해 '4대강 사업 후 피해가 준 것은 확실히 맞다'고 했다. 반면 감사원은 현 정부 출범 후 시행한 역대 4번째 감사에서 4대강 사업에 든 총비용은 31조, 편익은 6조6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특이한 것은 홍수 예방 편익을 '0원'으로 잡은 점이다. '사업 완공 후 비가 적게 내려 홍수 피해가 줄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감사원 역사에 기록될 만큼 기가 막히게 비틀어 갖다 맞춘 설명이었다. 그때 분석을 맡았던 전문가들도 최근 10여년 사이 수해 의연금 모금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것은 인정할 것이다.
4대강 사업에는 그늘도 있고 양지도 있다. 두 측면을 모두 보고 균형있게 얘기해야 공정한 판단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전문가들은 낙동강 제방이 무너지자 하류 쪽 합천창녕보의 보 때문에 강물 흐름이 느려지면서 수위가 상승해 수압이 강해진 탓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강바닥을 평균 4m 준설한 것이 수위를 워낙 크게 낮춘 효과가 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은 홍수 대응 능력을 대폭 키웠다"고 했다.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섬진강에 대해선 "다른 강처럼 준설을 했더라면 제방 붕괴는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간에도 4대강 사업 반대파들은 홍수·가뭄이 주로 지류에서 발생한다며 본류에 치중한 4대강 사업은 홍수·가뭄 예방에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온통 신경이 4대강 보를 부수느냐 마느냐 또는 4대강 사업이 잘못됐느냐 잘됐느냐 하는 사안에 쏠려 있다. 환경부엔 60명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주업무가 4대강 보의 개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 수집이다. 정부 최우선 업무는 국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복구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하천 관리상 드러난 허점들을 보강하는 것이다. 그런 급한 부분들은 돌보지 않고 10년 전 4대강 사업의 원인 제공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cws2344@hanmail.net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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