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근친혼 백태(百態)
| 2020. 09.16(수) 10: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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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실지 이런 일도 있다. 가족 잃은 12살 조카딸을 잘 돌봐주겠다고 외삼촌과 외숙모가 데려와 키우던 중 삼촌 임모(42)씨가 6년 동안 성폭행하고 외숙모 이모(39)씨는 범행을 도왔다. “삼촌과의 성관계는 일종의 ‘프로젝트’로, 중요한 일”이라며 “네 어머니가 사망한 뒤 너는 진즉에 보육원에 보내졌어야 했다”고 겁을 주고 조카 허양을 성폭행했다. 삼촌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이 일이 밝혀져도 너와 나는 모두 죄인이기 때문에 다 같이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아무에게도 알려서는 안 된다”고 협박했다. 외숙모 이씨도 남편 못지않았다. 우연히 남편의 행태를 목격한 이씨는 도리어 허양에게 “옛날부터 근친 간에 성관계를 해왔으니 괜찮다”고 설득하는 등 남편을 도왔다. 임양은 두 번이나 임신중절 수술을 받고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씨가 말한 근친 성관계는 옛 중국에서도 많이 있긴 했다. 송(宋)나라 때 요주 땅엔 근친혼촌(近親婚村)까지 있었다. 이 요주 신동촌에 천재(天才)가 많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고사(古事)를 역으로 입증하기 위해 1991년 지금의 중국 호남성(湖南省) 오지에 정신박약아를 12% 안팎이나 탄생시킨 백치촌들이 있어 원인을 조사해보았더니, 주민들의 다수가 근친결혼을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다. 근친혼이 저능과 정신박약아를 조장한다는 것은 예부터 체험적 상식이요, 그래서 고대부터 근친혼, 내족혼(內族婚)을 억제해왔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외족혼(外族婚)으로 권력이나 세도나 재산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에 자신의 피를 신성시, 외족의 피를 섞지 않으려는 근친혼의 역사 또한 유구하다. 바로 우리와 이웃하고 살았던 여진족은 아버지가 죽으면 어머니와 혼인하는 습속이 있었고, 클레오파트라도 관례에 따라 동생과 결혼하여 이집트의 공동 왕이 되고 있다. 현재도 모자-부녀-형제-자매의 근친혼을 전 세계가 금하고 있지만 삼촌(숙질)간부터의 근친혼은 흔해 빠졌다.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러시아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삼촌-조카간 근친혼이 허락되고 있고, 영국, 프랑스, 일본,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의 일부 주는 사촌간부터 허락되고 있으며, 호주, 필리핀, 미국의 20주는 오촌간, 곧 당숙질간부터 허락되고 있다. 근친혼의 금지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곳이 중국으로, 형제 항렬로는 팔촌, 숙질 항렬로는 칠촌간이다.
이 세상에서 근친혼의 금지범위가 가장 넓은 곳이 우리나라다. 혈족의 촌수를 초월해서 동성동본까지도 금하고 있으니 말이다. 예부터 근친금혼의 역사가 있었던 건 아니다. 「삼국유사」에 적힌 신화에 보면,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왕비 어영은 오누이로 되어 있다. 성골이니 진골이니 피의 신성성과 순수성을 존중했던 신라 왕실은 삼촌간, 사촌간, 오촌간 혼인은 다반사였다. 이 법통을 이어 고려왕조도 삼촌, 사촌을 비롯한 근친혼, 동성혼이 정상이요, 이 성혼이 오히려 이상에 속했다. 민간에서도 삼촌-조카간, 사촌간 이내만 혼인을 금했을 뿐이다. 조선왕조에 도학이 체질화되면서 세계적 근친금혼의 나라가 된 것이다.
청강 cws2344@hanmail.net 청강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