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식> 부동산명도와 선관주의의무
| 2020. 08.19(수) 10: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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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는 집이 좁아 이사를 가려던 홍씨는 회원 가입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거주하는 동내에서 가까운 아파트를 발견하고 예전에 법원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낙찰 받아 본 경험도 있던 터라 쾌재를 불렀다.
경매사이트에 접속해 현황조사서, 권리신고서, 서류송달내역, 감정평가서 및 매각물건명세서 등 관련 서류를 열람했으나 아무런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주민센터를 방문, 전입세대열람을 통해 새로 전입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소유자겸 채무자인 52세 박모씨와 그 가족만 전입을 유지하고 있었다.
홍씨는 과거에도 낙찰경험이 있어 점유자가 인도명령 대상이란 걸 잘 알고 있었지만, 혹시 집행에 어려움은 없을까 하는 마음에 함께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민센터 직원에게 가족상황을 물었으나 주민등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더 이상은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주민센터를 나온 홍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미납관리비 및 가족관계를 물었으나 직원은 조사를 위해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면서 귀찮은 표정을 짓는 바람에 미납관리비가 없다는 말 외에 더 이상 자세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홍씨는 소유자가 관리비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입찰 당일 법정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홍씨는 살고 있던 집이 팔려서 3개월 후에는 이사를 해야 할 형편이어서 감정가(시세) 대비 94%를 제시해 최고가 매수신고인의 자격을 득했고, 홍씨는 2020년 2월 아파트를 낙찰 받았다. 그 후 대금 매각기일 일주일전에 아는 법무사에 위임해 매각대금을 납부하고 촉탁등기신청서를 제출했다.
경매에서 중급 이상의 실력을 쌓았다고 자부하던 홍씨는 낙찰 받은 아파트에 미리 찾아가서 점유자를 만나 봐야 특별한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잔금납부 즉시 인도명령을 신청했지만 송달이 안되고 폐문부재만 반복돼 특별송달과 공시송달까지 하게 되고, 그러던 중 채무자는 연결이 안되고, 생판 모른 임차인이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관리사무소에 들렸지만 임차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려주지 않고 밀린 관리비와 이사온 날 정도만 알게 됐다. 계속된 방문으로 어렵게 만난 점유자는 경매개시결정 이후 근처 부동산사무실에서 전 집주인(채무자)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고, 1년분의 월세를 선납하고 입주했다고 계약서를 보여 주면서 집주인과 부동산 사장 자신들이 책임진다고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면서 임대차계약을 진행했고 자신은 그 말을 믿고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면서 자기는 돈도 없고 갈 데도 없다고 했다.
홍씨가 이사를 해야 할 날은 이제 한달 남짓 남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명도가 그 이전에 쉽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인도명령 신청을 현 점유자를 상대로 다시 해야 하고 강제집행까지 간다면 빨라야 2~3개월인데 난감한 상황인 것이다.
점유자의 사정이 딱하지만 홍씨는 인도명령과 강제집행을 안 할 수도 없고, 점유자와 합의하기도 그렇고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 홍씨는 법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현점유자와 좋은 방향으로 협의해 명도를 마무리 할 것이다.
정상적인 임대차계약을 통해 들어온 임차인은 더욱 황당한 입장이다. 광고지 신문을 보고 부동산사무실을 통해 정상적인 계약서를 작성하고 집주인과 부동산 사장님 말만 믿고 입주를 했는데 인도명령대상자가 됐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여기서 공인중개사의 선관주의의무가 문제가 된다.
공인중개사는 의뢰인인 임차인에게 대상아파트에 대한 상태와 권리에 대한 확인 설명 의무가 있는데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하고, 집주인에게 현황과 표시되지 않은 권리관계 등을 물어보고, 임차인에게 권리관계에 대한 설명과 경매개시결정과 관련된 임차인이 향후 받게 될 피해에 대해 충분하고 정확한 설명을 해주고 확인설명서에 기재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고 계약을 하고 수수료를 받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배상액은 받은 수수료의 10배에서 전세계약이라면 100배가 넘을 수도 있다.
강제집행당하는 점유자나 임차인은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이나 손해배상을 청구 하겠지만 불측의 비용과 시간소모, 그리고 생활의 곤란과 삶의 피폐함을 어떻게 보상 받을 것인가. 따라서 공인중개사는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로써의 선관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조기퇴직과 불확실성, 불경기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장사가 안돼 이자 상환도 어려운 한계상황에 부딪친 회사와 사람들이 늘어나 경매가 대중화된 이 시대에는 권리가 간단한 물건에는 수십 명이 응찰하고 경매법정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낙찰가는 높아 수익률은 5~10%인데, 명도에 5~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면 낙찰자는 원래의 계획과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 자본시장을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순환시켜주는 경매임에도 불구하고 편법과 사기가 판친다면 우리의 삶은 행복 할 수 없다. 채무자 채권자 낙찰자 점유자 모두 규정된 법 테두리 내에서 배려와 양보 속에서 민주적이고 신사적인 합의로 신속하게 명도하는 경매시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덕진 한국경매컨설팅 대표 cws2344@hanmail.net 김덕진 한국경매컨설팅 대표 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