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人> 김은아 수채화가
하얀 종이 위에 무심한 세월 담는다
애절한 한시 한 대목 화폭에 수놓아 ‘환상적’
음각화 기법으로 ‘2020년 올해의 백인’ 선정
“아름다운 한시 그림으로 후세에게 자긍심 물려주고 싶다”
| 2020. 08.05(수) 14: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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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가사 내용이다. 공무도하가는 한국 시가 사상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고조선 때의 노래다. 백수광부가 강을 건너다가 빠져 죽자 그의 아내가 이를 한탄하면서 불렀는데, 이를 강가에서 지켜보던 곽리자고가 듣고 그의 아내 여옥에게 들려주자, 여옥이 공후를 연주하면서 곡조를 만들어 불렀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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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슬픈 내용에 빠져 ‘공무도하가’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는 김은아 작가.
그는 공무도하가를 비롯해 상춘곡(賞春曲), 춘우(春雨) 등 한시를 그림에 연상해 접목하고, 그림 바탕에 한시 글귀를 넣어 마치 그림에 한자를 새긴 듯한 신비스러움을 선사하며 주목받고 있다.
김 작가는 한시의 한 대목을 자연 속에 표현하면서 애절함과 환상적인 묘미를 만들어 내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는 것.
장흥출신으로 2남3녀 중 셋째인 김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젊은 시절 그림을 그렸던 그의 아버지는 여름 꽃이 무성한 화단가 평상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 동화를 들려주며 노래와 글쓰기, 그림 등을 잘하는 세딸들의 재능을 칭찬해 주었다고 한다.
그 중 아버지를 닮아 그림을 잘 그렸던 김 작가는 초·중·고 시절 미술반에서 활동하며 솜씨를 발휘했고, 크고 작은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반대로 그 길을 꾸준히 가지 못하고 공부방, 학원 등을 운영하며 일반적인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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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 슬하에 아들 둘을 둔 김 작가는 불혹을 넘긴 어느 날, 학창시절 이후 사모만 하던 그림을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정물화에 그려 넣었고, 들꽃에 음악을 접목해 그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산수유꽃이 노랗게 피어있는 개울 건너편 바위에 새겨진 시귀를 접하게 됐고, 울며 노래하던 백수광부의 아내와 그를 다시 노래한 여옥을 떠올리며 담은 풍경을 사실적으로 섬세하고 정확하게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기법에도 도전 중이다.
김 화가는 “구례 산수유마을 아주 작은 개울건너편 바위에서 만난 공무도하가는 새로운 그림의 세계를 눈뜨게 해 주었다”며 “저에게 큰 울림을 준 공무도하가는 몇 년을 그려도 질리지 않는 작품의 최고 소재로 뿌듯한 성취감을 안겨준다”고 예찬했다.
또 장애인협회 호남권역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며 야외로 스케치도 다니면서 햇살에 물감을 버무리고 싶다”며 “장애인들의 마음 깊이 내재된 순수한 마음을 끌어 올려 기법이나 이념이 아닌 진실 된 그림을 도화지에 맘껏 그릴 수 있는 장애인 동행작가로 그들의 따뜻한 동행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김 작가는 미협, 사생회, 예동회, 예사랑, 장애인미술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 광주, 대구, 장성 등에서 개인전 5회를 개최했으며, 각종 초대전과 단체전에 참가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작가의 그림은 수채화면서도 보는 이들에 따라 유화로도 보이고, 한국화로도 비춰지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이런 김 작가의 공무도하가 그림은 ‘신선한 그림’으로 선정돼 CAB국회방송상을 받았다. 또 지난 2017년에는 ‘올해의 100인’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으며, 합판을 이용한 색다른 기법으로 ‘2020년 올해의 100인’에도 선정됐다.
김 작가는 공무도하가를 그린 후부터 점점 음각화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고, 한시를 그리는 것에 심취해 허난설헌의 춘우에 매화를, 송월필의 망월에 맨드라미를, 이언적 추규에 해바라기 등을 넣어 작품을 완성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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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김 작가는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가운최길 재록진진(家運最吉 財祿陳陳)이라는 성어를 엽전에 새기고 목단과 함께 그려 ‘부자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잊혀져가는 우리의 아름다운 한시를 그림으로 그려서 세상에 알리고, 우리 후세들에게 자긍심을 물려주고 싶다”는 김 작가. 그는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그림을 꾸며내지 않으며, 붓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정직한 ‘그림쟁이’로 익어가면서 오늘도 화폭에 정성 어린 진심을 담아내고 있다.
≫프 로 필
-개인전 5회 -2020 올해의 작가 100인전(인사아트프라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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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기자 cws2344@hanmail.net 박은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