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 윤관 장군과 9성
여진족을 몰아내고 차지한 곳에 9성 축조
예종이 9성을 여진족에게 되돌려 주고 윤관도 벼슬에서 쫓겨나
훗날 금나라를 세운 여진족에게 사대의 예를 갖추는 우를 범함
| 2020. 07.15(수) 11: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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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에 고려에서는 여진족을 좀도둑으로 취급하였다. 왕은 임간에게 명령했다. “어서 나아가 여진의 무리를 싹 쓸어버리도록 하라” 어명을 받은 임간은 군사를 이끌고 나가서 여진족을 쉽게 무찔렀다. 이 무렵 만주지방에서 일어난 추장 영가는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던 여진족을 하나로 통일하여 갑자기 세력이 커졌다. 12세기 초에는 영가의 뒤를 이은 아들 우야소가 더욱 세력을 키웠다. 이들은 좀도둑의 무리가 아니었다. 우야소는 함흥지방까지 넘나들었다. 또한 이들 여진족은 무두 기병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진의 기병들은 반격작전을 펴서 고려의 국경선을 마구 짓밟았다. 많은 백성들이 집과 재산을 잃고 죽임을 당했다.
숙종은 당황했다. “이번에는 윤관 장군이 나아가 여진족을 토벌하시오” 어명을 받은 윤관은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서, 우선 여진족 추장 우야소에게 사신을 보내어 꾸짖었다. “도와준 은혜를 저버리고 행패를 부리다니 이것이 사람이 할 짓인가” 그러자 여진족은 이웃나라 대접해 주면 물러가겠다고 하였다. 윤관은 여진족 추장 우야소와 화친을 맺어 일단 그들을 몰아내고 개경으로 돌아왔다. “여진족들은 모두 말을 탄 날쌘 군사들로 변하였습니다. 우리 고려도 여기에 대비해야지 보병만으로는 무찌르기 힘들 줄 아뢰옵니다” 윤관의 말을 듣고 특별 부대를 조직하도록 명하였다.
윤 장군은 곧 특별 부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려 백성으로서 말을 가지고 있거나, 말을 타는 장정들을 뽑아 ‘신구군’에 편입시켰다. 말을 갖지 못한 장정과 과거시험을 치르지 않은 장정은 ‘신보군’에 편입시켰다. 또 스님들로 이루어진 ‘항마군’도 만들었다. 이 기병대인 신구군과 보병부대인 신보군 그리고 항마군이 곧 윤 장군이 창설한 별무반이라는 특별 부대였다.윤 장군은 밤낮을 가지지 않고 별무반을 훈련시키는 한편 군량을 모았다. 그러는 가운데 숙종이 세상을 떠나고 예종이 왕위에 올랐다.
1107년 예종 2년에 여진족이 날뛰기 시작했다. 왕은 윤 장군을 북벌군 도원수로 임명하였다. 윤 장군은 부원수인 오연총, 척준경과 함께 그동안 훈련시켜 두었던 17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북쪽 국경지대로 나아갔다. 여진족의 기병들이 보였다. “오랑캐를 모조리 무찔러라” 윤 장군이 명령하자 고려군은 성난 파도처럼 내달아 여진족 5천여 명을 목 베었으며 적의 진지 135군데를 쑥밭으로 만들었다. 포로도 많이 잡았다. “윤관 장군 만세!” “고려군 만세!” 싸움은 고려군의 대승으로 끝났다.
윤 장군은 곧 왕에게 승전 소식과 함께 다음과 같은 사항을 건의하였다. <새로 차지한 영토에 성을 쌓아 국토를 지켜야 하오며, 남쪽 지방의 백성들이 와서 살도록 이주 정책을 베풀어야 하옵니다.>
왕은 기뻐하며 윤 장군의 제의를 들어주었다. 윤 장군은 확실히 현명한 고려의 장수였다. 다른 장군 같으면 대승의 기쁨을 뽐내려고 개선하기에 바빴겠지만 윤 장군은 그렇지가 않았다. 미래를 더욱 대비하였다.
윤 장군은 여진족을 몰아내고 차지한 곳에 9성을 쌓고 남쪽 비방의 백성들이 옮겨와서 땅을 개척하며 살도록 하였다. 이것이 바로 ‘윤관의 9성’이다. 윤 장군은 9성의 하나인 공험진에 국경을 표시하는 큰 비석을 세웠다. 그렇게 함으로서 외적이 보고 감히 접근을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굶주린 여진족을 끈질기게 9성을 침입해 왔다. 그때마다 고려군은 이들을 여지없이 무찔렀다.
여진족의 추장 유야소는 어쩔 도리가 없었던지 고려왕에게 사신을 보내었다. “우리는 일찍부터 고려를 부모의 나라로 섬겨 왔으나 굶주리다 못하여 어쩔 수없이 식량을 찾아 헤맨 것이옵니다. 우리가 살 땅을 돌려주신다면 고려에 조공을 바치겠습니다” 왕은 대신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였다. 대신들은 9성을 내주자고 하였다. “아니되옵니다. 9성은 윤 장군이 튼튼하게 쌓은 우리의 방벽이옵니다. 어찌하여 우리의 튼튼한 방벽을 허문단 말씀입니까” 박승중이 반대하였다. 그러나 예종은 다수의 의견을 들어 9성을 내주고 편안함을 쫓기로 하였다. “9성을 여진에게 돌려주노라” 왕은 하루아침에 윤 장군의 노력을 허물어 버렸다. 결국 윤 장군도 대신들의 모함을 받아 벼슬자리에서 쫓겨나고 몇 년 뒤인 1111년 5월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윤 장군은 고려의 앞날을 내다보았으나 당장의 무사함을 쫓는 대신들은 어리석게도 고양이를 데려다가 호랑이로 키우는 일을 하였다.
9성을 되돌려 받은 여진족들은 그곳을 근거지로 삼아 세력을 키워나갔다. 그러다가 추장 우야소의 뒤를 이은 그의 아우 아구타가 금나라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아구타는 1115년 고려 예종 10년에 금나라의 태조가 되었다. 금나라는 요나라를 침입했다. 요나라는 고려에 구원병을 요청해왔다. 고려는 이때 나라의 형편을 들어 요나라의 청을 거절하였다. 마침내 금나라는 요나라 땅의 절반이나 빼앗아 그 힘이 강대해졌다. 예종 12년인 1117년 고려는 압록강 유역의 요나라 땅인 포주성을 차지하고 ‘의주’라 하였다.
대륙에 힘을 크게 떨치게 된 금나라의 태조 아구타는 바로 그 해 3월에 고려에 사신을 보내어 협박을 하였다. “고려는 예를 갖추어 우리 금나라를 섬기시오” 참으로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모르는 일이었다. 그제야 어리석은 고려의 대신들은 9성을 여진족에게 내 준 것을 뼈저리게 뉘우쳤다. “윤 장군을 박대한 죄값으로 수모를 받는구나” 왕도 한탄을 하였다.
고려는 정신이 번쩍 나서 금나라와의 국교를 끊어버리고 그들의 침입에 대비하였다. 금나라는 송나라까지 양쯔강 남쪽으로 쫓아내고 중국 대륙과 만주 대륙을 휩쓸어 대제국을 건설했다.
금나라는 또 다시 고려에 사신을 보내어 자기 나라를 섬기라고 위협을 하였다. 고려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나라는 어제의 여진족 좀도둑 마리가 아니오” “그렇더라도 어찌 우리 고려가 금나라를 섬긴단 말씀이옵니까” 고려 조정은 골치가 아팠다. 금나라를 섬기자니 옛날 생각이 나서 아니꼽고, 아니 섬기자니 그 강대한 나라가 고려를 칠 것 같았다. 이때 이자겸 일파는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금나라와 화친하여 사대(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김)의 예를 갖추게 되었다.
윤 장군이 땅속에서 통곡을 할 일이었다. 윤 장군의 9성은 이처럼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아무리 잘 얻은 것이라 하여도 그것을 잘 지키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것이다.
역사를 쓰는 필자는 우리나라 진보정부가 생각난다. 퍼주기와 철책 철거, 군 복무 단축, 대화 구걸 등이 훗날 고려의 대신이나 윤관을 떠올릴까 싶어서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