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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찰, 조선시대 사헌부를 보라
2020. 02.20(목) 10:13확대축소
고운석 주필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서 태어난 공수처가 박근혜 정부 이전에 태어났더라면 박 대통령과 그의 측근이 비운을 맞았겠는가 묻고 싶다. 그리고 조국과 그의 가족 등의 수사를 문 정부에서 앞장서 했다고 보는가 묻고 싶다. 신라의 사정부, 고려의어사대, 조선의 사헌부, 권력과 강자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기관들이다. 제대로 기능할 때는 나라가 바로 서지만, 제 역할을 못하면 부패로 나라가 쇠약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사헌부는 비리 관원을 탄핵하고 감찰하는 한편 국고 손실을 예방하고 부당한 상거래도 감시했다. 왕과 고위관료의 잘못을 비판하고 시정 요구했던 사간원과 함께 권력 남용을 막는 소금 역할을 했다.
사헌부와 사간원은 오늘날 검찰 및 언론과 비교된다. 사헌부에 대한 백성들의 신망은 높았다. 비위가 드러나면 조직의 수장인 대사헌까지도 가차없이 탄핵했고, 어떤 이를 부당하게 탄핵한 것이 밝혀지면 사헌부관리가 책임지고 물러났다. 왕의 뜻을 거스르다가 좌천, 파직, 하옥, 유배도 당했지만, 직무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불체포특권과 지방으로 전출되지 않을 권리가 부여되기도 했다. 사헌부에 대한 인사권은 왕과 이조판서가 아닌 이조전랑이 행사하고, 이조전랑 인사는 전임자가 후임자를 추천하도록 해 인사의 독립성도 꾀했다. 하지만 일부 왕과 장희빈 등을 보면, 군부독재처럼 아군 적군 가려 죽이고 살리고, 재물 또한 마음껏 주물렀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 사헌부와 사간원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왕의 자문기관인 홍문관에 두 기관을 견제하게 했다.
당쟁이 격화되고 사헌부와 사간원이 당파싸움의 도구로 악용되는 상황에 이르자 영조와 정조대에는 인사권을 왕과 이조판서에게 되돌리고 권한을 대폭 축소시킨다. 이후 권력을 견제할 기구가 무력화되면서 1800년 정조 사망 후 세도정치가 득세하고 부패로 내리막길을 걷는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사헌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제도는 프랑스 혁명의 산물로 1801년에 탄생한다. 검사가 범죄를 소추해야 판사가 재판을 한다. 몽테스키외는 역저 '법의 정신'에서 검찰관이 있기에 시민이 평온하다고 했다. 20세기 들어 재정경제범죄와 부패범죄 양상이 복잡해지자 전문수사부서들이 생겨났다. 미국의 FBI와 뉴욕·LA검찰청, 독일의 중점검찰청, 프랑스 검찰의 재정경제범죄수사와부, 영국의 중요경제범죄수사청, 일본검찰의 특수부가 활동중이다. 우리나라도 종래 검찰 공안부의 역할이 두드러졌으나 1990년대 문민정부 이후 대검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같은 특별수사부서의 역할이 커졌다.
정치권과 재계에 대한 수사가 빈발하면서 검찰권 남용 문제도 이슈화됐다. 검찰권 수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유혹도 생기게 됐다.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어떻게 높일지, 검사와 수사관의 청렴성은 어떻게 강화할지, 각국의 검찰이 안고있는 공통과제들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설자리가 없게된다. 조선시대 사헌부는 직무의 독립성을 인사제도로 뒷받침했고, 사헌부·사간원·홍문관의 역할 분담을 통해 서로 견재했다. 어떠한 조직보다 스스로 엄격했고, 잘못에 대한 책임도 분명했다. 왕과 권신들의 압박에 맞서 목숨을 걸고 탄핵했다. 그러나 당파싸움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존재 의미를 상실해버렸다.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은 강자에게 엄격하고 약자에게 따뜻한 검찰을 원한다. 강자의 법 위반에는 단호하게 맞서지만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충분히 귀 기울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한데 최근 보면 권력자와 강자의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검사를 협박하고 비판하는 세력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검찰개혁은 이를 극복하고 산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사심없는 수사를 해야한다. 그래야 진정한 검찰개혁이다. 세찬 강물을 건너려면 단단한 돌덩어리를 가슴에 품어야 한다. 조선시대 사헌부의 부침이 주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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