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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의 세상이야기> ‘거시기’를 주눅 들게 하지 말라
2020. 01.08(수) 11:32확대축소
양처무신(良妻無信)이란 말이 있다. 옛날 산사에 가서 봄놀이를 즐기던 선비들이 화제가 마누라 자랑에 이르자 서로 제 마누라를 내세워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곁에서 이 광경을 말없이 듣고 있던 스님이 아쉬워하며 말을 꺼냈다. “소승은 옛날 이렇다 할 한량이었지요. 아내가 어떻게나 아름다운지 잠시도 떨어져 있지 못하다가 왜놈들이 쳐들어왔는데도 창을 잡고 나아가 싸우지도 못하고 아내를 데리고 도망치다가 왜놈에게 붙잡혔습니다. 왜놈이 소승을 장막 아래 묶어두고 아내를 데리고 들어가 그 짓을 하는데 왜놈도 좋아하고 아내도 좋아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속을 뒤집어놓더니 밤중에 아내가 왜놈 장수에게 ‘남편이 곁에 있어 마음이 안 놓이니 차라리 죽이는 것이 어때요?’ 하자 그 왜놈 두목이 ‘네 말이 옳다’ 하며 소승을 죽이려 하지 않겠습니까. 소승은 아내의 음란함에 분통이 터지던 참이었는데 그 말에 놀라 세워둔 청룡도를 몰래 훔쳐들고 곧장 장막 안으로 뛰어들어 남녀를 한꺼번에 베어버린 후 달아나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어 구차한 목숨을 지켰습니다. 이로써 말씀드리자면 선비님들의 아내 자랑을 어떻게 다 믿을 수 있다고 하겠습니까.” 스님의 말을 듣고 있던 선비들은 묵묵히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이는 현대에 사는 우리가 새겨야 할 말이다. 기혼남녀가 애인이 없으면 장애6급이라 했는데, 이젠 장애5급이라고 놀린다니 놀랍다. 이렇다 보니 비아그라 소비가 늘고 ‘어젯밤 만족하셨습니까’가 인사다. 한데 최근 경제 불황 등으로 행복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그나마 아내와 합의 아래 투자했다면 고민도 두 사람 몫이라 맘고생은 덜하지만, 남편 혼자 대출까지 받아서 일을 저질렀다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밤일도 전혀 생각이 없고, 거시기도 ‘날 잡아 잡수’ 하고 납작 엎드려 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엔 그걸 이해해주는 아내가 많지 않다. 그냥 생으로 굶기는 것으로 알거나 딴 여자가 생긴 줄 오해한다. 보통은 속으로 궁시렁 대지만 기가 센 아내는 대놓고 투덜거리면서 “그러려면 왜 결혼을 했냐. 스님이 돼 산으로 가든지 신부가 되든지 하지 왜 멀쩡한 여자 데려다놓고 뭔 짓이냐”고 따지거나 “바람피우는 거 아니냐”고 달달 볶는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집집마다 밤일은 잠깐 주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시적인 방학이라면 다행이지만, 계속해서 오랫동안 꿈쩍도 안 하는 거시기 임자들은 왜 아무 짓도 안 하는 걸까? 체면 불구하고 보채는 아내에게 자신의 가운데 것을 세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는커녕 ‘여자가 창피한 줄 모르고 그런 거만 밝힌다’고 신경질을 부리면 아내는 얼굴이 벌개져 잠을 재촉하거나 TV 심야프로로 만족해야 한다.
이 시대 부부 사이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뭐니뭐니해도 섹스에 대한 배려가 으뜸이 아닐까? 그런데 밤일에 대한 준비도 안 돼 있고 배움의 자세도 안 돼 있다면 부부 사랑 전선에 이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섹스’ 하는 재미가 신혼 때와는 달리 나이가 들면 다르다. 서양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러브기름’을 바르고 섹스를 즐기는데, 우리나라는 이렇다. 젊은이들은 주눅이 들어 거시기가 엎드려 있다니 걱정이다.


청강 cws2344@hanmail.net        청강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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