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제와 왕세자
| 2019. 03.18(월) 13: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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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제1차 왕자의 난’ ‘방원의 난’ 또는 ‘무인정사’ ‘정도전의 난’이라고 한다. 이렇듯 왕위 계승을 둘러싼 갈등은 모든 왕실의 근심거리였다.
왕위 다툼은 형제나 가문 간 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18세기 유럽을 뒤흔들었던 스페인,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전쟁은 각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유럽대전’ 양상을 띠기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군주제 국가들은 이런 분란을 막기 위해 일찍부터 왕의 상속방법을 규정했다.
유럽에선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아들-장자 계승’ 원칙이 세워졌다. ‘여자 왕위 상속’을 인정하지 않는 프랑크 왕국의 실리카 법전을 따랐다고 해서 ‘살리카 방식’이라고 불린다. 반면 대륙법 체계를 따르지 않는 영국은 아들이 없으면 딸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유교 영향을 받은 동북아시아에서도 ‘장자 계승’이 일반적이었다.
중국에서는 주(周)나라 이후 이런 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졌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넷째 아들인 영락제처럼 왕조 초기에는 조카나 형의 왕위를 찬탈한 군주들이 등장하곤 했지만 예외적인 경우였다. 몽골 등 유목민족은 형제 상속이 오래된 전통이었다. 부족 간 분쟁이 워낙 많아 왕이 급사했을 때 어린 아들보다 장성한 형제들이 나서서 혼란을 수습하는 게 유리하다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부족국가들이 산재한 아랍권에서도 형제 상속이 대세였다. 하지만 오스만제국처럼 강력한 국가를 형성하고 ‘절대 왕정’을 구축하면 아들 상속으로 바뀌곤 했다.
동로마 수도였던 콘스틴티노플을 점령한 오스만제국 메흐메드 2세는 ‘아들 상속제’ 인정을 위해 왕위에 오르지 못한 왕의 형제 살해를 합법화하기도 했다.
오늘날 중동 군주 국가들은 각국 상황에 따라 왕위를 형제상속이나 아들 상속을 택하고 있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중 오만, 카타르, 바레인은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는 형제 상속 전통이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는 UAE의 실권자다. 7개 토호국 중 인구와 영토의 85%을 차지하는 아부다비 왕가(나하얀 가문)가 사실상 UAE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는 와병 중인 형(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을 대신해 UAE를 통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형제 상속에서 아들 상속으로 권력구조가 바뀌는 중이다. 살만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이 2017년 6월 장남인 무함마드 빈 살만 제2왕위계승권자 겸 국방장관을 제1왕위계승자로 책봉했다. 국왕이 ‘궁중쿠데타’를 통해 이복동생인 제1왕위 계승자였던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제를 제거한 것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후 정적 제거 등을 통해 통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