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돋보기> 최저임금 인상과 ‘4050 失業’
| 2019. 01.07(월) 10: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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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가족과 종종 가는 동네 쌈밥식당에 갔다. 늘 계시던 주차관리 아저씨가 안 보이고 대신 차단기가 설치돼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머뭇거리자 식당에서 주인아저씨가 나와 “그냥 들어가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주민회에서 알림’ 방이 붙었다. 이번엔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임금을 올려, 관리비가 몇 천 원씩 오른다는 내용이었다. 몇 달 후, 다시 ‘주민회에서 알림’ 방이 붙었다. 이번엔 주민회의 경비 절감 노력으로 관리비가 몇 천 원씩 낮아지게 됐다고. 그 항목 중에 ‘경비원 1명 축소’가 포함돼 있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면 주변에 무신경한 사람이라도, 경제에 문외한이라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고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이 어렵다는 것을, 따라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 약자부터 어려움에 처하게 할 것이란 경고는 전문가들이 숱하게 제기해왔다. 그럴 때마다 청와대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늘고 있다”며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변해왔다.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국내 최대 구인포털서 조사한 상반기 시간제(아르바이트) 구인 현황을 확인해봤더니, 전년보다 11.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패스트푸드(35.6%) ▲편의점(34.8%) ▲포장·조립(32.9%) 등 고용원 있는 음식점과 단순 노무직이 고용을 줄이며 더 뽑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10월 실업률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다. 도·소매업은 10만 명, 숙박·음식점업은 9만7000명, 경비·청소 등 사업시설 관리업은 8만9000명 고용이 줄었다. 숙박·음식점업 감소 폭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4050의 일자리 상황이 가장 나빠졌다.
통계청은 전체 경기가 둔화된 것에 대해 “키오스크(무인주문기)를 설치한 매장이 늘어나는 등 구조적으로 산업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숙박·외식업 실업난이 구조적인 문제라면, 2019년 고용 여건도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고용난을 ‘구조적 문제’로 치부하면 정부의 책임이 덜할까? 이전부터 있었던 구조적 문제를 최저임금인상으로 뇌관을 터트린 것은 아닐까? 어차피 구조적인 문제라면 정부는 왜 자영업 창업이나 폐업자의 재창업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나.
2019년도 최저임금이 또 다시 10.9% 인상됐다. 이를 바라보는 경비·숙박·음식점에서 일하는 4050세대의 심정은 어떨까. 임금 인상으로 살림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까? 아니면 마치 실업이라는 ‘폭탄 돌리기’에서 뇌관이 자신한테서는 터지지 말라고 기도라도 해야 할까. 추운 겨울 속 새해에 희망보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