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백두산 등반과 ‘定界碑’의 恨
| 2018. 10.29(월) 10: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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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70년 전 청(淸)나라 임금은 백두산에 국경을 정하고자 목극동이라는 사신을 우리나라에 보내어 국경을 정하게 하였다. 이 일행이 곤장덕 밑에 이르렀을 때 청나라 대표인 목극동이 무슨 꿍꿍이속이 있었던지 “가마만 타고 다니던 조선 대감들이 무슨 힘으로 이 험한 고개를 오르겠느냐”며 돌려보내고, 결정권이 없는 역관 김경문과 길잡이 군관만 데리고 올라가 제멋대로 정계(定界)를 하고 정계비(定界碑)를 세웠다. 이 엄청난 국가의 대사에 목숨을 걸고 한 치 땅도 쟁취해야 했거늘, 이 두 한국측 대표는 옳다구나 하고 돌아서 왔으니, 역사적으로 두고두고 곤장 맞을 추악한 한국인이 아닐 수 없다.
청나라는 백두산 정상인 천지(天池)를 자기네 영토로 집어넣고 싶은 저의가 이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우리측 대표를 중도에서 돌려 뺀 것도 그렇고, 또 정계비를 천지로부터 남쪽으로 10리쯤 내려와 압록강이 시작되는 분수령에 세운 의도 또한 그렇다. 다만, 알고 했음인지 모르고 했음인지, 목극동이 압록강 상류와 만주로 흐르는 송화강 상류의 분수령에다 정계비를 세우는 바람에 송화강 이남~두만강 이북 땅인 간도(間島)가 우리 영토임을 입증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렇게 한 데는 역관인 김경문의 깡다구 있고 집요한 항변이 크게 작용했다 한다.
그 후 한말(韓末)에 이 국경 문제가 다시 분쟁이 붙어 양국 대표가 다시 그 정계비의 위치 확인을 위해 백두산에 오르고 있는데, 한국측 대표인 이중하는 청국측의 협박에 “내 머리는 자를 수 있을망정 내 나라 땅은 한 치도 줄일 수 없다”고 대들어, 이 국경 문제는 미해결 상태로 일본 제국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1931년 누구의 소행인지 현장에서 사라져버리고 없어진 이 조그마한 정계비가 국제법 상 어떤 효력을 갖는지 알 수 없으나, 중국이 백두산 천지 3파(坡)를 자기네 영토로 삼은 근거가 바로 이 정계비라면, 간도 땅은 마땅히 우리 영토가 됐어야 한다. 한데도, 천지를 중국 영토에 싸잡을 때 김경문이나 이중하 같은 강골이 왜 없었던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렇다 보니, 백두산에 오르는 길이 동서남북으로 4개가 있는데, 그 중 3개가 중국 영토에 속하고, 동쪽 입구가 북한 땅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동쪽(東坡 코스)으로 백두산에 올랐다. ‘북한을 통해 백두산을 방문하고 싶다’는 오래된 버킷리스트가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하늘이 도왔는지 쾌청한 날씨 덕에 남북 정상이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 이어 천지까지 올라 손을 맞잡았다. 역사적인 사건이다. 천지 산책은 도보다리에 이은 명장면이었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