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에도 이름 있나니, ‘무등’이 품은 뜻은…
| 2018. 10.08(월) 11: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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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은 백제 이전까지는 '무돌' '무당'이라고 불렀고, 통일신라시대 이후 '무진악(武珍岳)' '무악', 고려시대 때 '서석산(瑞石山)'이라는 별칭과 함께 '무등산(無等山)'이라고 불리었다. 이는 박선홍의 저서 '무등산-부제 무등산의 유래·전설과 경관'에서 정리한 것이다.
무등산의 산 이름이 기록에 나타난 것은 '삼국사기' 잡지 제1 제사편에 무진악이라 표기된 것이 처음이다. 무등산이라는 산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사'인데, 악지(樂志)의 삼국속악 백제조를 보면 '무등산은 광주의 진산이다. 광주는 전라도에 있는 큰 고을이다. 이 산에 성을 쌓았더니 백성들은 그 덕으로 편안하게 살며 즐거이 노래를 불렀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 뒤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김정호의 '대동지지', '광주읍지' 등 많은 지리지에서 무등산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람들에게 구전되어온 무등산의 이름으로 '무당산', '무덤산', '무정산' 등이 있었다 한다. 무당산은 수년 전까지 증심사 뒤쪽에 있었던 무당골과 곳곳에서 무당들의 내림굿이 펼쳐진 데서 연유한 것으로 추측된다. 토속신앙이었던 '당산' 신앙이 무등산을 '큰 당산'으로 삼게 했고 그것을 무당산이라 불렀을 것이라는 주장(윤태림의 '한국인')도 있다. '무정산'은 조선왕조를 창건한 태조 이성계가 왕명에 불복한 '무정한 산'이라 지칭한 데서 연유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성계가 왕권을 잡기 전 여러 명산대천에 왕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무등산 산신만이 그 소원을 거절했다는 전설과, 심한 가뭄에 왕명으로 기우제를 지내게 했는데 무등산 신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데서 '무정산(無情山)'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노산 이은상은 무등산이 불교적인 영장이 된 뒤 불교적 가치를 설명한 이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등산에는 수많은 사찰과 고승들의 전설이 서려있고, 경관이 좋은 곳마다 불교적 명칭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는 것. 실제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을 압축한 반야심경에는 '시무등등주'(반야바라밀다는 견줄 데가 없는 거룩한 주문이다)는 내용이 나온다. 즉, 무등산은 말 그대로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산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산행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포용한다는 의미로 무등산 이름을 해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부가 국립공원으로 승격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무등산을 찾고 있기도 하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