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훨씬 넘도록 ‘조선 강탈’ 否認하는 일본
| 2018. 07.02(월) 13: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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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역사를 숨기려는 세력도 있다. 명성황후가 시해당했을 때도 그랬다. 범인은 일본군 대본영의 지시를 받은 육군 장교 8명과 동원된 낭인들, 작전명은 ‘여우사냥’. 황후에게 칼을 휘두른 장본인은 미야모토 다케타로 일본 육군 소위였다(이는 재일사학자 김문자씨가 일본 군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한 ‘조선왕비 살해와 일본인’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만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황후의 처소인 경복궁 곤녕탑 옆 녹산에서 황후의 시신에 석유를 붓고 태운 뒤 묻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이 비극을 다뤘다. 23년 전인 1995년 초연 이래 매년 공연이 열리고, 뉴욕과 런던에서도 갈채를 받았다. 2009년 말에는 1000회 공연이라는 경이적인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직 일본에 못 갔다.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일본 우파의 반발을 우려한 현지 기획자가 끝내 포기하더라”고 말했다. 16년 전, 한일월드컵 때도 그랬다. 황후의 114주기인 2009년 10월 8일, ‘특별공연’이라는 이름으로 구마모토가쿠엔 대학 60주년기념관에서 열렸으나, 발췌 영상을 틀고 주제가 5곡을 부른 소극장 약식무대에 불과했다. 구마모토는 황후 시해에 가담했던 낭인 21명의 고향이다. 일본 사회는 을미사변 123년이 된 올해도 조선의 국모를 자국 군인과 낭인들이 살해한 만행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거나 감추려는 이들도 많다.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낭인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그 개입의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이종악 주오대 겸임강사도 ‘자객 고영근의 명성황후 복수기’에서 일본 외교문서를 인용해 “이 사건을 지휘한 일본 육군 중장 출신인 미우라 고로 주한공사는 이토 히로부미 총리에게 조선을 폭력지배 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어, 일본 최고위층도 그 목적에 동의하고 있었음을 시사해준다”고 밝혔다.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식민지배에 대한 포괄적 사죄를 했으나, 조선 강탈의 신호탄이었던 황후 시해를 비롯해 강제병합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문구를 담지 못했다. 일본으로서는 당시 패전 50년만의 진일보이지만 내부 성찰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일본 지도층의 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2010년 한국 신문에 게재한 ‘한국 병합 100년과 일본의 사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일 병합이 강행된 것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없었던 무라야마 담회를 뛰어넘는 새로운 총리 담화가 나와야 한다”며 “병합 100년을 맞아 새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가 완성된 담화를 발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09년 8월 하토야마 내각의 출범 이후 와다 교수가 말한 ‘완성된 담화’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총선에서 이긴 뒤 외국 정상과의 첫 통화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할 만큼 한국을 중시하던 인물이다. 그는 2009년 6월 민주당 대표 시절 정구종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과의 인터뷰에서는 “한일 병합 100년을 계기로 일본 의회가 메시지를 표하거나 양국 정상 차원의 메시지 교환 등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나 일본측의 움직임은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운석 주필 cws2344@hanmail.net 고운석 주필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