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람路에서- 사슴을 사슴이라 하면 ‘종북’이 됐던 사회
| 2017. 11.06(월) 10: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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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고는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호해에게 사슴을 한 마리 바치고 이를 ‘말’이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조정은 두 분류로 갈렸다. 조고는 사슴을 사슴이라고 한 신하들을 모두 죽였다. 여기서 ‘지록위마(指鹿爲馬)’란 고사가 탄생한다.
여권 이사 다수로 재편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김 사장 해임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MBC 김장겸 사장의 해임이 곧 단행되게 됐다. 김 사장의 해임 사유는 이루 말할 수 없도록 많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보도국장으로서 세월호 참사를 축소·왜곡 보도하는 데 앞장섰고, 보도본부장 재직 시절엔 MBC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청와대 데스크’로 전락시켜 버렸다. 또한 공정방송 실천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PD들을 탄압하고, MBC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든 장본인이다. 사장 취임 이후엔 기자·PD들을 ‘유배지’로 강제 전보 조치하는 부당노동행위까지 저질렀다.
이번 해임절차는 총파업 두 달을 바라보는 MBC에 정상화의 길이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방문진 여권 이사 5명은 김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방문진 사무처에 제출한 상태다.
해임결의안에는 ‘김장겸 사장은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했다’는 내용이다. 김 사장 해임안은 MBC 주주총회에서 최종결정 된다. 방문진은 MBC 지분 70%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김 사장 해임안이 주총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나머지 지분 30%는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다.
김 사장은 방문진 임시이사회가 해임안을 의결하면 법원에 해임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비리를 저질러 놓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공영방송 MBC가 언론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갖은 불법을 저질러 놓고 말이다.
이에 MBC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 사장이 보도국장·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부당·편파 보도지침’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이 찍은 휴대전화 영상과 슬픈 배경음악 사용금지’, ‘촛불집회는 부정적인 영상 집중사용’,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영상 사용금지’ 등 차마 있을 수 없는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장겸 체제의 MBC가 ‘정권 부역방송’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내용이다. MBC 구성원들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사장은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인정하고 깨끗이 물러나는 게 부끄럽지 않는 행동이다. 그리고 그동안 희생양이 된 MBC 구성원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박양수 기자 cws2344@hanmail.net 박양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